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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h a line is something you can't just pass by. 2 September 2019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 일상을 보내다 매일 2~3시간의 운동을 하는 삶을 가령 딱 1년만 유지해도, 뚜렷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실은 그림을 바꾸는 것도 그런 것이다. 예컨대, 직선으로 칠하는 버릇을 모조리 곡선으로 바꾸는 식의 조건을 설정하고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 따위가 그 그림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그림의 시작부터 완성이 하나의 삶, 혹은 누군가의 수년간의 시간이라면 어떨까. 아주 짧고, 수많은 순간의 선택이 한 인생의 변화를 이루는 것처럼 회화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작은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 가정에 부여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인간의 수만큼 방대하고, 따라서 회화의 조형은 언제나 계속 변화하며, 결과는 무한하다.

3cm의 직선과 8cm의 직선이 있을 때, 그것을 직선으로 묶어 부르기 전에 우리는 그중 하나는 3cm이며, 다른 하나는 8cm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회화를 조형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그런 차이를 읽는 것이다. 단지, 길이뿐만이 아니다. 면적, 두께, 속도, 방향, 손의 힘, 위치, 선의 시작과 끝, 순서, 선을 그린 도구, 선이 그려진 바탕, 색, 점성, 주위와의 맺은 관계, 전체 속에서의 조화 등등, 흥미로운 조형적 시선은 방대하다. 그래서 한 그림 앞에서 두-세시간은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 마치, 어디론가 여행을 와, 곳곳의 길을 눈에 담으며 걷고 나면, 몇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는 것처럼.

회화의 물감 자국뿐만 아니라 그 물감으로 감싼 붓, 그 붓을 잡고 있던 손, 그리고 그 손의 움직임이 잔상처럼 보이는 그림들이 있다. 잔상을 따라가면 입을 앙다물거나 때론 인상을 썼을 것만 같은 화가의 얼굴이 떠올라 귀엽게 보일 때도, 덩달아 긴장해 버릴 때도 있다. 집에 있는 벽에 자라나는 아이의 키를 재기 위해 그려놓은 선 하나를 보더라도 그 선이 그려질 때 있음 직한 장면을 연상하는 과정과 닮았다. 그런 선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선이다. 좋은 회화라면, 회화의 많은 흔적은 그려진 회화에게 그런 선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회화 앞에선 당연하게도 한참 동안 발을 멈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