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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series "Passersby" there is no shadow on the wall of all the painted heads. 27 July 2019

《Passersby》연작에는 모두 그려진 머리가 벽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없다. 그것은 흰 바탕을 공간으로 설명하는 장치로 작동하면서, 동시에 그려진 얼굴 실루엣을 하얀 벽에 드리운 어떤 실재의 그림자처럼 재현하는 기능도 갖는다.

안-루이 지로데-트리오종의 《그리기의 기원》에서 실루엣 그리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으려는 소망, 그를 현존하게 하고 영원히 '살아있게'하려는 소망을 표현함과 동시에 청년과의 이별로 실재를 떠나보내며 그려진 청년의 그림자라는 죽은 이미지로 살아있는 존재를 대체하려는 욕망(큐피트의 모습으로 등장하는)이 혼재한다. 즉, 청년을 떠나가게 두고, 자신이 그린 혹은 조작한 연인을 더 온순하고 믿을 만한 상대로 좋아하게 됨으로써, 그의 존재의 상상적 통일을 그림자와 흔적, 물질이라는 분리 가능한 부분들로 해체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은 욕망을 소유하는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림자 자체는 살아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림자와 청년의 유사성과, 그림자 청년에 대한 투영은 은유적인 동시에 환유적이며, 도상인 동시에 지표index다. 따라서, 이미지는 욕망에서 태어나며, 욕망의 징후라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그가 부재하는 동안 그의 생명의 흔적을 유지하려는 욕망의 환영幻影이자 유령같은 흔적이다.

《Passersby》연작에서 얼굴은 우리가 얼굴로부터 알아낼 많은 정보의 결핍을 갖고 있다. 예컨대, 인종, 성별, 나이, 얼굴이라 명명하면서 얼굴을 얼굴이라 부를 수 없을만큼 해체된 형태 따위다. 여기에 얼굴 위의 가면의 층을 걷어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1. Left : Anne-Louis Girodet de Roussy-Trioson / Origin of Drawing, 1829 
2. Right : Passersby, A pretty face, 25.5x39cm, Oil bar on Linen,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