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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ust always be the farthest observer and closest activist in drawing.16 September 2019



그림이란 비교적 원리가 간단하고, 익숙하며, '조형' 그 자체에 접근하기 쉬운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많은 분야가 그림의 조형과 닮았다는 공상에 빠지곤 하는데, 크게는 언어가, 작게는 책이 그렇다. 책에서 디자인의 이름으로 타이포그래피 적 암묵의 규칙 또는 예외 위에서 채워지는 건물처럼, 본문의 힘은 텍스트로 다가오기보다 먼저 일종의 회화처럼 보인다.

나의 회화는 Building 감각과 가장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그린다는 것은 언제나 가장 멀리 떨어진 관조자이면서 동시에 가장 가까운 수행자가 되는 일이다. 이 간극이 어떤 분열의 원인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려내는 일이 대단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지점이라고 느낀다.

과장하자면, 그리는 도중에는 하나의 삶,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소리, 나라는 한 인격을 결코 유지할 수 없는 상태인 셈이다. 캔버스위에서 나는 최소한 둘이고, 두 시선이며, 치열하게 교류하는 두 생각이 된다. 그것은 로그인 기록처럼 매번 회화에 새겨지고 며칠이 지나, 뒤 이어서 그린다고 해도 두 인격들이 선형적으로 직결돼 현재로 연장하지 않고, 과거와 전혀 다른 오늘만의 두 관점이 새로 등장하며, 이렇게 더 이어 그리지 않을 때까지, 한 그림에 마치 접속하듯, 때마다 수많은 증식이 반복되듯 일어난다.

회화는 결국, 그리다가 멈추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수만큼 많은, 수많은 인격, 존재들이 쌓여서, 저마다 관점을 갖추고, 규칙도 세우고, 충돌하거나 어울리면서, 빈 곳 어딘가에 마치 인위적인 지형 따위를(그러나 끝내 자연적으로) 조성하는 듯한 과정을 겪으며 드러난 흔적 같다.